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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늑대아이 : 사람과 동물, 모두를 품는 어머니의 헌신

 

 

 

늑대아이 : 사람과 동물, 모두를 품는 어머니의 헌신

 

 

 

 

리뷰를 준비하려고 사진을 찾다가, 사진을 보다보니 왜 또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지..

일본 특유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보았던 영화였는데, 그래서 더욱 예상외로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아요.

 

오늘 리뷰할 영화는, 본 지는 좀 되었지만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늑대아이입니다.

 

 

 

 

 

 

늑대아이는 화려함은 없지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색채들로 한가득 채워져 있는데요, 사람의 마음에 안정과 휴식을 주는 파란색과 녹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보는 내내 긴장감 없이 정말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랍니다.

 

꽃과 눈과 비. 영화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듯한 주인공들의 이름인데요. 엄마, 하나(꽃). 눈 오는 날 태어난 딸 유키(눈), 비 오는 날 태어난 아들 아메(비). 역시 사람과 동물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은 이런 류의 이름을 많이 짓지만요.ㅎ)

 

 

 

 

 

평범한 여대생에게 찾아온 조금은 독특한 사랑.

낡아빠져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며칠 씩 입고 다니고, 길게 늘어져 헝클어진 머리 때문에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책도 없이 강의실에 들어와 빠짐없이 필기를 하며 열심히 공부하던 한 남자에게 하나는 단번에 반하게 됩니다. 가난한 청년이었던 그는, 대학에 다닐 수 없어 몰래 들어가 강의를 듣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하나는 그에게 책을 빌려주고 공부를 도와주는 등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결국 경계심 가득하던 그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 하나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가 하나와 평생을 보내겠다고 결심하고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밝히는 상황이 떠오르네요. 그는 아마 하나를 잃게 되고, 자신도 상처를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실상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ㅋㅋ) 예상보다 훨씬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두 사람은 더 불타오르게 되지요.ㅋㅋ (하나는 그 남자의 "어떤 모습"이 아니라, 그 남자 "자체"를 사랑했기에 그 남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개의치 않고 사랑한 것 같아요.)

 

 

 

 

 

 

그런 두 사람에게 드디어 첫 째인 유키가 생기게 됩니다.  늑대인간으로 평생 숨어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노라 약속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형편에 먹을 것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그는 언제나 미안해하고, 결국 임신하고 출산을 한 하나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산에 들어가 직접 꿩(이었던 듯..)을 잡아와 음식을 해주고, 하나는 그 정성에 매우 기뻐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유키가 두 살이 되던 해에 그를 쏙 빼닮은 아메가 비 오는 날 태어납니다.

 

비가 오던 그 날도 그는 하나와 유키와 아메에게 좀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것만 같아서,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라고 소리칠 수 없었고 소리친다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하나의 그 현실을 너무나 잘 알 것만 같아서 그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매우 미어지게 아팠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평생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했던 아이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지요. 그와의 사랑과는 또 다른 사랑이 남아있음을 깨달으며 하나는 강하게 일어납니다.(역시 엄마는 위대합니다!)

 

 

 

 

 

 

성장,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

활발하다 못해 천방지축 고집불통인 딸 유키. 얌전하다 못해 소심하기 짝이 없는 아들 아메. 처음에는 문제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것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커가면서 문제가 하나씩 발생하게 됩니다. 너무 어려 조절능력이 약한 아이들은 흥분하면 귀와 꼬리가 생기기 때문인데요. 외부에 들킬까도 염려되었고, 벽이 얇고 좁은 아파트에서 밤마다 하울링을 해대는 아이들 때문에 주변 눈치를 보아야 했습니다. 결국 하나는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 시골행을 택합니다.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시골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평화롭고 여유롭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무섭다는 할아버지에게 농사를 배워야했고, 뒷산에서는 멧돼지가 습격해올 걱정도 해야 했으며, 가난한 형편에 지붕에 물이 새는 흉가로 이사를 왔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는 행복해합니다.

 

 

 

 

 

 

활발한 유키는 자신과 함께 놀아줄 어떤 것들이 필요했고, 조용하고 생각이 많았던 아메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이 늑대라는 것을 결코 숨기려하지 않았던 유키는 인간들과 어울리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늑대라는 것을 들키면 미움받는다는 것에 우울해하며 늘 조심하던 아메는 인간으로서의 삶에 고뇌를 겪게 됩니다.

 

하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적응해가는 유키에겐 안심했지만, 언제나 홀로 외로이 지내는 아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유키는 활발하고 적극적이던 하나를 꼭 빼다 박았고, 아메는 늘 경계심 많고 조심스러웠던 아빠를 꼭 빼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사랑하는 남자처럼, 사랑하는 아들도 홀연히 사라져버릴 것처럼 불안했을 겁니다.

 

 

 

 

 

 

 

사람과 동물, 그 모든 것을 품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은 이야기.

이 영화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사랑이 담겨져 있습니다. 남녀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도시의 각박함에 점점 잃어가는 이웃간의 소통과 따뜻한 정도 오랫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도 사람도, 이 세상 가장 위대한 사랑은 자연처럼 세상 모든 것을 품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잘했어. 그렇게 말하며 그가 꼭 안아주어도 언제나 모자란 듯 느꼈다는 하나에게, 나 역시도 넌 너무나 잘했어, 하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고마워, 라구요. 아마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하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을지도 모르지만요.

 

또한 이 영화에서는 사람과 사람만이 느끼는 것들뿐만 아니라 사람은 알 수 없는,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다른 마음도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품는 자연의 숭고함, 야생 동물들의 힘찬 생명력. 그 모든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동물원에 사는 늑대의 외로운 마음, 뒷산 늙은 여우가 자신의 터전을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그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 점차 인간의 욕심으로 멀어져가는 많은 것들을 마치 현실이 아닌 가상의 동화속에만 존재하듯 흘러가고 있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만난 수작이지 않나 하고 조심스럽게 평해봅니다.

 

 

 

요것은 후일담.ㅋ

나중에 느낀 건데, 전체 관람가로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물론 아이들이 보기에 전혀 자극적인 장면은 없으나(초반에 살짝 등급이 애매한 상황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두 사람의 사랑을 전제하에 두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여깁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난해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극장에서 제 옆에 6살 남짓한 아이 둘이 앉아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중반이 지나고 나니 매우 부산스러워하고 재미없어 하더군요. 나중에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게 들여다보던 것은, 엉엉 울고 있는 제 얼굴이더군요.ㅡㅡ;;(너무 빤히 보더라구요, 순진한 아이들이라ㅠ)

 

전체 관람가이고 제목도 이러해서 절대로 아이용 동화일 거라고 짐작하고 볼 생각도 없었던 것이 바로 저였거든요. 그렇기에 저 같은 분들이 또 생길까 봐 전체 관람가는 영 아니올시다,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극적이고 격정적인 것들에 찌들어 있는 어른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기에 아주 좋은 영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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