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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 가장 무서운 의뢰인은 무고한 의뢰인이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 가장 무서운 의뢰인은 무고한 의뢰인이다

 

 

 

 

가장 무서운 의뢰인은 무고한 의뢰인이다.

책의 첫 페이지, 정중앙에 쓸쓸히 적혀있는 단 한 줄의 단어입니다. 그 단 한 줄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영화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매우 아쉬워했습니다.

 

오늘 리뷰할 영화는, 미추어버릴 만큼 좋아하지만, 그만큼 아쉬웠던 영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입니다.

 

 

 

 

 

 

 

마이클 코넬리 원작소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봅니다. 그리고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의 책을 고를 때 작가의 이름이 전혀 영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래도 저는 작가의 이름을 맹신하고 책을 고르지는 않아요. 되레 다작을 한 작가의 경우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고, 작가 역시 사람이기에 슬럼프 등으로 억지로 쥐어짠 듯한 작품이 간간히 섞이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저를 마이클 코넬리라는 이름에 집착하게 만들어버린 유일한 책입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단 한 권도 지루하거나 심심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영화 상영 이후에 이 소설을 보게 되었고,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못했어요.ㅠㅠ

 

 

 

 

 

 

 

속물변호사 미키에게 찾아온 무고한 의뢰인 루이스 룰레

영화는 제목처럼 변호사 미키 할러(마이클 할러, 믹이라고도 부름)가 링컨차를 타고 도시를 달리면서 시작합니다. LA의 악질범죄자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그들의 형량을 줄여주거나 보석으로 풀려나게 하는 등의 변호를 해주는 속물 변호사로, 검사와 경찰들로부터 평이 좋지 않고 사이 역시도 나쁩니다. 애써 잡아온 범인을 항상 풀어주고 마니까요. (따지고보면 마음 속 두려움 때문에 선택이 조금 빗나가서 그렇지 실력 하나는 꽤 확실한 변호사인 거지요.) 그런 이유로, 검사인 전부인 매기와의 사이에 딸이 있고 애정도 있으나 비슷한 부류의 일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때문에 이혼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미키에게 친구이자 의뢰인이었던 발렌주에라(원작에서는 페르난도였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발렌주에라더군요.)가 사건 하나를 덥썩 물어옵니다. 부동산 재벌의 후계자인 루이스 룰레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일에 처해 있으며,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에 미키는 루이스를 만나본 후 그의 청렴결백한 모습에 그의 의뢰를 수락하게 됩니다.

 

 

 

 

 

 

피해자 여성인 레지나 캄포는 직업 여성으로서, 루이스가 갑작스레 집으로 들어와 자신을 때리고는, 강간한 뒤 죽일 거라고 말했다며 시퍼렇게 멍이 든 왼쪽 얼굴을 증거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루이스 역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먼저 자신의 몸값을 제시하며 만날 시간을 정한 것도 캄포이고, 루이스가 집으로 찾아가기 전까지도 그녀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으며 다른 남자가 집을 떠나는 것을 확인한 뒤 그녀를 찾아갔고 그녀가 집에 들이며 뒤에서 공격을 했다는 반박 주장입니다. 집에 들어갈 때도 그녀는 문을 조금만 열고 얼굴을 반만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미 멍들어 있었을 거라며 루이스 측은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루이스가 재벌이었기에 미키가 느끼기에도 돈을 노린 캄포의 범행이라는 쪽이 훨씬 사실에 가까워 보였고, 솔직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진 루이스가 캄포를 해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하나하나 알아보면서 미키는 발렌주에라가 자신에게 의뢰인인 루이스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직접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가면서 의문스러운 점들이 생기는 것을 깨달으며 루이스가 무고하다는 철썩같은 미키의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사법제도의 함정, 그것을 이용하는 범인과 변호인의 치밀한 심리전

그러던 어느 날, 미키는 사건의 피해자인 레지나 캄포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중 누군가와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과거에 강간 당한 뒤 50여 차례 칼에 찔려 살해된 직업 여성 도나 클레이튼과 레지나 캄포는 쌍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흡사했으며, 상처가 난 모습까지도 완벽히 똑같았습니다.

 

그 사건에서 도나의 집에서 발견된 여러가지 증거들 때문에 도나 클레이튼의 살인범으로 지목되었던 마티네즈라는 젊은 청년의 변호사가 바로 미키였는데요. 마티네즈는 미키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가지 정황들이 들어맞는 상황에서 미키는 사실상 마티네즈의 말을 믿지 않았고 무죄대신 그를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형량을 낮춰주는 정도로 변호하고 맙니다.

 

 

 

 

 

 

미키는 결국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도나 클레이튼을 죽이고, 레지나 캄포를 정말로 죽이려 했던 진범. 그리고는 타인을 무고(거짓고발)하는 게 진범인 루이스 룰레의 방식이라는 것. 또한 자신이 진짜로 무고한(결백한) 의뢰인을 감옥에 보내버렸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루이스 룰레가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의 진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미키는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비밀조약 때문인데요. 의뢰인이 살인자라 하더라도 변호사는 함부로 비밀을 발설하거나 고발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위한 일이었다고 해도 변호사로서의 신뢰는 잃어, 변호사로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죠. 그리고 루이스 또한 미키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키를 협박하고, 결국 미키는 루이스가 영악한 연쇄살인범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고용된 변호사로서 루이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루이스를 변호합니다.

 

 

 

 

 

 

 

핵심을 놓치지 않았지만, 원작소설의 세심함은 조금 아쉬움

이 영화는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도 루이스가 진범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루이스와 미키의 법정 안팎에서의 심리싸움은 흥미진진하고 숨돌릴 틈이 없을 정도인데, 그 긴장감이 영화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또한 세세한 것들이 많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복선의 흐릿함 역시 어쩔 수 없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네요. 루이스가 실제로 법에 관해 조금 공부했었다는 것도 나오지 않았구요. 이건 범인인 루이스가 어쩜 그렇게 똑똑하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설명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원작에선 미키VS루이스의 심리 싸움 만큼이나 변호사 미키VS검사 민튼의 법정 싸움 역시도 톡톡한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민튼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않더군요. 그 점 역시도 매우 아쉬웠습니다. 

 

거기다 범죄자에게만 의뢰받던 범죄전문 변호사인 미키가 루이스가 무고하다고 믿으면서도 왜 루이스의 변호를 맡은건지, 미키 할러가 마티네즈가 진범이 아님을 깨달으며 왜 그렇게 비참한 표정을 보였는지, 왜 그가 마티네즈의 말을 믿지 못한 것인지, 그리고 왜 속물변호사로서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작에서의 심리가 영화에서는 전혀 없어서 그 부분도 아쉬웠어요. 저 몇 가지의 것들 역시 주인공인 미키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ㅠㅠ(물론 책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 이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이 정도의 연출이라면 아주 실패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은 대부분 (조금 오버하자면)백과사전 수준의 두께감을 자랑하는데요. 특히 시인의 경우, (또 오버하자면)거의 대백과사전 수준입니다. 많이 두껍습니다. 게다가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특히나 페이지마다, 챕터마다 연관성이 없는 부분들이 거의 습니다. 만나는 사람들, 서로 주고받는 대화들,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까지도 관련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만을 찾아서 뽑아내는 것 역시 매우 어려웠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요즘 많은 영화들이 런닝타임 2시간 반 이상 되기도 하던데,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도 런닝타임이 2시간 반 이상이었다면 훨씬 더 꼼꼼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랬다면,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에 홀딱 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네요. 완전 광팬(;)으로서 그 부분이 제일 아쉬운 것 같습니다.ㅠ

 

 

 

 

 

 

 

요것은 후일담.

사실 미키 할러 역을 한 매튜 매커너히를 보는 순간, 초반에는 꽤 실망했었어요.ㅋ 속물변호사 라는 설정 때문에 좀 둥굴둥굴한 느낌일 거라고 이미지를 그리고 책을 보았어서 저는 사실 본레거시, 어벤져스 호크아이 역할을 한 제레미 러너가 훨씬 가깝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보면 볼 수록 미키 할러는 매튜 매커너히에게 완벽한 역할인 것 같았어요.ㅋㅋ 똑똑해보이는 인상, 범죄자들에게도 절대 꿀리지 않는 야비한 표정, 게다가 여러 번 결혼한 이력에 걸맞는 섹시함까지.ㅋㅋ 딱 매튜 매커너히와 잘 어울리죠.ㅋㅋㅋ 

 

그리고 루이스 룰레는 보는 순간 헉! 소리가 났네요. 어쩜 완전 내 생각(사실은 원작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겠죠.ㅋㅋ)과 똑같은지! 짧은 갈색 곱슬머리, 레이저를 뿜는 눈동자, 고집스러워보이는 입매까지! 정말 너무 똑같았어요! 우아, 대박!

 

그리고 상상과 가장 다른 인물은, 미키 할러의 정보원 역할을 하는 레빈이었죠.. 왠지 제 상상 속 레빈은 전형적인 전직 형사 같은 느낌으로, 미드에 자주 등장하는 조금 키가 작고 머리숱이 좀 적은, 배가 둥그런 그런 인상이었는데... 장발의 할아버지였다니...! 아, 레빈이 게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제 상상의 실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