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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연예인

김종학 PD 사망 : 홀로 쓸쓸히 잠들다

 

 

 

 

김종학 PD 사망 : 홀로 쓸쓸히 잠들다

 

 

 

 

어제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네요. 스타PD로 알려진 연출가 김종학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는데요. 아마 과거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화자되는 드라마의 대부분은 김종학 PD의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추억하는 팬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일제치하에서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우리 한국의 서글픈 현대사를 젊은 남녀 대치, 여옥, 하림의 모습으로 그려냈던 '여명의 눈동자'는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시절 제게도 큰 충격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어요. 가물가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여옥이 임신을 한 상태로 죽으려고 손목을 그었던 듯한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위안부에서 간신히 구해졌나(탈출했나) 그런 뒤 그어버린 손목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던 피의 모습이 너무 끔찍했고, 서글펐었죠. 아직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뭣도 모르고 엄마 따라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특히 '여명의 눈동자'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옥의 비참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우리엄마와 아빠의 분노를 터트리게 했던, 그런 드라마였어요. 또한 대치가 뱀을 뜯어 먹던 장면이나, 철조망에서 키스하던 거나... 저 그거 다 기억납니다. 그 어린 나이에 같이 보고 있었다는 게 참... 여옥이가 눈밭에서 막 대치 따라서 쫓아가던 것도 기억나네요. 그 땐 친구들이랑 '여명의 눈탱이'라고 불렀던 기억도 나네요. 어렸으니까요.

 

'모래시계'는, 한 때 '귀가시계'로 불리기도 했었지요. 지금이야 본방 놓쳐도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한 편이라도 놓칠 새라 일 끝나자마자 아빠들도 술자리를 포기하고 바람 같이 집으로 귀가했다고 해서 '귀가시계'였어요. 우리엄마랑 아빠도 그러셨네요. 모래시계가 방영될 당시에는 좀 머리가 커져서, 그 때 이정재에게 얼마나 마음을 줬었는지. 그 어린 마음에도 고현정만을 묵묵히 바라보는 이정재가 그렇게 멋있었어요.

 

지금 보면 '여명의 눈동자'도, '모래시계'도 고작 한 달 남짓 방영했을 뿐인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누누이 화자되는 명작이 아닐 수가 없죠. 특히 격동의 50~80년을 막 지나온 시간이었던 만큼, 청춘들의 고달픈 모습, 역사적 서글픔, 이런 것들에 확연히 끌리던 시기이기도 했었죠. 때문에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에겐 가슴에 품은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투과하고 있던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김종학 PD 역시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인 만큼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너무나 잘 표현하고 연출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히지도 않는 명작을 탄생시킨 명 연출가의 마지막은, 너무나 쓸쓸했습니다.

 

조그마한 고시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종학 PD. 재능도, 명예도, 모두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게 사라져 버렸네요.

 

김종학 PD는 최근 드라마 '신의'의 출연료 미지급 관련 횡령, 사기 등으로 피소되어 경찰조사를 받았는데요.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자살의 요인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으나, 유가족들의 반대로 유서가 공개되지 않는 입장이라 정확한 사안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김종학 PD의 빈소는 현재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하는데요. 모래시계에 출연했던 최민수, 박상원 씨와, 촬영 중이던 고현정 씨는 촬영을 중단한 채로 달려왔다고 하구요. 그 외에도 태왕사신기에서 출연했던 배용준, 이지아를 포함해 조인성, 소지섭, 독고영재, 정성모, 김동현, 송민형 등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지나 작가 등 여러 분들이 조문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조인성은 "어렸을 때 아버지 같았던 분"이었다며 비통함을 금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조인성이 신인시절에 김종학 PD가 연출한 드라마 "대망"에 출연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도 이 부분은 조금 의아하고 조금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 '신의'의 관계자는 단 한 분도 빈소에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비록 여러가지 문제들로 서로 좋지 못한 사이가 되었다 해도, 살아생전 부모를 죽인 원수도 아닐진데 가는 길마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조금 아쉽고, 제가 다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했었는데 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더군요. 아직 장례는 며칠 더 남았으니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니만큼 함께 일했던 고인의 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평온하시라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너무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도 너무나 좋아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의 대부분이 김종학 PD의 작품이었던 만큼 고인의 마지막이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