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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박은선 선수 성별논란

 

 

 

 

여자축구 박은선 선수 성별논란

 

 

 

 

 

키 180cm, 몸무게 74kg인 박은선 선수. 체격조건만 봐도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박은선 선수는 16살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여자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월드컵, 올림픽, 동아시아 대회 등 큰 대회에서는 당당히 활약해 온, 27살의 프로선수생활 10년지기 베테랑 선수입니다.

 

우리나라 여자축구가 남자축구만큼이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아마도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박은선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은선 선수는 '여자 박주영'이라고 불릴만큼 다른 외모가 아닌 '지나치게' 출중한 실력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지나치게' 뛰어나다는 게 문제인가 봅니다.

 

박은선 선수가 몸담고 있는 서울시청을 제외한 국내 여자프로축구팀 6개 구단에서 박은선 선수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해 달라는 이유로 내년 박은선 선수가 WK-리그에 출전한다면 보이콧 하겠다는 의사를 내 놓았는데요.

 

 

 

 

 

 

 

박은선 선수는 다른 여자선수들에 비해 좋은 신체조건과 팀의 골잡이로서 남자 못지 않은 파워풀한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외모와 체격조건 뿐 아니라 목소리 또한 저음이라 꽤 여러 차례 오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은선 선수는 분명히 여자중학교를 졸업하고 03년에는 여자국가대표로도 발탁되어 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에, 그 후에는 서울시청 여자프로축구팀에 입단해 여자올림픽, 여자세계대회선수권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여자선수로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렇게 벌써 프로 10년차가 된 박은선에게 이제와서 국내 구단 감독들이 성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공문화 했다는 게 좀 황당합니다.

 

박은선 선수의 성별논란이 한 차례 불거진 것이 2010년이었습니다. 중국 아시안컵 당시 중국 국대 측에서 박은선 선수가 출전할 경우 성별검사를 의뢰할 것이라 말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여자'로서 수차례 경기를 치른 뛰어난 선수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던진 중국의 고의적 발언은 너무 상식도, 예의도 없었기에 대응할 필요도 없는 그런 것이었지요. 그런데 출국 전날, 박은선 선수는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부상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중국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등, 박은선 선수의 대표팀 제외는 의문 투성이로 뜬소문만 무성해졌습니다. 이 일로 박은선 선수는 깊게 상처를 입고 경기를 잠시 포기하게 됩니다.

 

그 후 박은선 선수가 다시 11년에 복귀를 했지만 12년에는 성적이 월등하지 않았으나, 이번 13년에 마음을 다잡은 박은선 선수가 종횡무진 선전하면서 서울시청이 이번 리그 준우승, 전국체전에서는 우승을 했습니다. 각각 구단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국대로 차출된 상태였다고는 해도 리그 동안 19골을 몰아치며 만년 중위권이던 서울시청을 동료들과 함께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박은선의 기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미 7월에도 한 차례 박은선 선수에 대한 공문을 보냈는데 그것은 "왜 박은선을 대표로 뽑지 않느냐."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협회측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보낸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당시만해도 성별에 대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박은선 선수의 맹활략이 높아지고 나서야 성별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각각 구단 측에서는 박은선 선수의 "퇴출" "보이콧"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며 단지 박은선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라고 했다는 데요. 기량이 높은 박은선 선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비공식 간담회를 열었다고 말했다는데요. "박은선 선수가 뛰면 다른 선수가 다친다.", "농담이었다."는 등 어이없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농담이라니.-_-;

 

또한 "퇴출"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박은선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탁이 된다면 사실상 리그 출전은 어려워지기 때문에 구단 감독들이 한 행동은 결론적으로는 "리그에서 빠져라."라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것이지요.

 

물론 좋은 선수가 국가대표로 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 배운 스포츠맨쉽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도 아니고 단체로 하는 경기입니다. 박은선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열심히 뛴 다른 선수들 덕분이고, 박은선 선수와 같은 팀이 아닌 다른 선수들도 분명 피땀 흘리며 열심히 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박은선 선수의 성적을 고작 '성별'따위의 문제 때문이라 치부하고, 다른 팀의 성적이 좋지 못했음을 박은선 선수에게로만 돌리는 건, 그건 박은선 선수 뿐 아니라 같이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의 노력 역시도 무시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젠 "농담"으로 그치기에는 좀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인권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고, 분개한 축구팬과 대중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네요.

 

박태환도, 한국인임에도 서양인 못지 않은 신체조건으로 수영계에 다크호스가 되었죠.

김연아도, 한국인임에도 서양인 못지 않은 파워와 연기력을 펼치며 교과서라 불리는 빙상의 여왕이 되었죠.

어째서 한국인임에도 서양인 못지 않은 건 가능한데, 여자이면서 남자 못지 않은 건 이상한 거랍니까?

서양인 같은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에겐 엄청난 응원을 보내면서, 어째서 여성임에도 남성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춘 선수는 더 갈고 닦아줄 생각을 못하는 겁니까.

 

중국에서의, 국제대회에서의 성별논란은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타국이니까 충분히 고의적, 악의적 발언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같은 나라에서 한솥밥 먹었던 사람들끼리 이러는 건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실적이 곧 명예와 돈이 되는 감독들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걸 위해 앞으로 갈 길이 먼 선수에게 상처를 줘서야 되겠습니까.

 

어쨌든 하루 빨리 이번 일의 진위를 파악해서 논란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했으면 좋겟습니다.

그리고 박은선 선수, 정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