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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나를 찾아줘 - 잃어버린 또 다른 것

나를 찾아줘 - 잃어버린 또 다른 것

 

 

 

오늘 리뷰할 영화는 <나를 찾아줘>입니다. 스포 좀 쩝니다..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이 영화를 한 번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리뷰를 다시금 시작한 것은 이 영화를 제대로 말하고자 한다면 스포일러가 불가피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야 제대로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인데요.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적극 공감하는 것이 [이런 미친 여자 같으니라고!]하는 점이겠죠. 그러나 조금 의문스러운 것은 [과연 미친 것은 여자뿐일까?]라는 점입니다.

 

 

 

 

 

"닉"의 아내인 "에이미"가 사라지면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들의 5주년 결혼기념일에 발생한 일인데요. "에이미"의 행방을 쫓는 경찰들에게 "닉" 앞으로 되어 있는 세 개의 편지, 닉의 행동이나 말들, 발견되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닉"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에이미"의 부모는 아주 잘 나가는 작가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입니다.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 속의 에이미처럼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못하는 게 없는 엄청난 여자입니다. 잘 나가는 부모님덕에 집도 잘 살죠. 그에 비해 "닉"은 가진 것도 없고, 가난(한지 아닌지는 헷갈;)한 대학생이었는데, 오히려 "에이미"를 만나면서 교수도 하고 잘나가게 되죠.

 

그들이 딸을 찾기 위해 언론에 공개하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딸인 "에이미"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의 실제 주인공으로서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남편인 "닉"은 시종일관 불안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때에 나타난 "에이미"의 이웃친구라는 여자의 "남편이 죽였어요!"라는 외침은 그를 드디어 도마 위에 얹어놓고 맙니다.

 

 

 

 

이 영화는 <언론, 미디어, 대중의 심리>를 굉장히 잔인하고 차갑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미디어는 어느새인가 "닉"을 아내를 죽인 끔찍한 살인범이라 엮어가기 시작했고, 대중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면 거짓된 것까지 만들어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중은 그 누구도 언론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자극에 매료되어 "닉"을 용의자로 몰아 바라보기에 바쁩니다.

 

대중은 타인의 삶을 이야기 하며 수군대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자극적이고 극한 범죄에는 더하죠. 그런 범죄들을 혐오함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알리려하지요. 저 역시도 그러니까요. 또한 이 지루하기 짝어 없는 세상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가진 이야기는, 그것도 내 주변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에 상관없이 술안주거리로 삼기에 딱 좋은 이야기이니까요.

 

모두가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가고 있음에 억울했던 "닉"이 고용한 굉장히 똑똑한 변호사 역시, 사실을 규명하고 싸우려하기보다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역으로 이용해 동정심을 얻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적중했죠. 동정심에 마음이 흔들린 대중은 "닉"을 옹호하기 시작합니다.

 

이로서 언론은 얼마나 이기적인지, 대중은 언론 플레이에 얼마나 놀아나고 바보 같은지에 대해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닉"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의심을 풀지 않습니다. 그런 때에 발견된 "에이미"의 타다만 일기장은 "닉"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에이미"의 일기장에는 그들이 결혼 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결혼 후에는...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아이를 거부하고, 바람을 피우고 있는, 언젠가 자신을 죽일 것처럼 느껴지는 남편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에이미"가 사라진 것은 "에이미"의 계획적인 범죄였을 뿐입니다. 남편인 "닉"을 온전히 범인으로 만들어놓고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계획이었죠. 부모가 이 사건을 언론에 보도할 것도, "닉"이 당황하고 곤란해할 것도 모두 "에이미"의 계획에 들어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이미"는 자신의 마지막을 죽음으로 끝내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 마디로 이 일기장은 "에이미"가 "닉"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작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일기장의 어디부터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을 비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랑할 때는 뜨거웠던 그들이, 서로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결혼을 택했던 그들이, 그 사랑이 조금 지루해졌다고 해서 금새 헤어짐을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려 하는 현재의 결혼과 연애관을 그려놓았습니다.

 

사실 에이미는 사이코패스입니다. 그녀는 첫 남자친구는 [강간과 폭행]혐의로 신고했었고, 두 번째 남자친구 역시 [강간] 혐의로 신고해 범죄자로 만들어놓았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대받던 "에이미"는 사실 미친여자였던 겁니다.

 

변호사의 충고로 "에이미"에 의해 범죄자로 낙인찍힌 전 남친들을 만나던 "닉"이 첫 번째 남자친구를 찾아갔을 때, 첫 번째 남자친구는 정색을 하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합니다. 두 번째 남자친구는 "에이미"를 미친여자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여기에서, "에이미"의 실패했던 연애의 시작이 얼마나 끔찍했었는가가 보여집니다. 

두 번째 남자친구의 범죄사실은 거짓이었으나, 첫 번째 남자친구의 범죄사실은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에게 연애의 시작은 무섭고 두려운, 집착하고 이기적인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합니다. 그 와중에 나타난 "닉"의 다정함과 평범한 연애모습이 그녀를 평온하게 만들었고, 자신이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닉은 결국 사랑이 식었다며 그녀의 노력을 모두 외면하고 새파랗게 어린 제자와 바람을 피우며 "에이미"와의 결혼을 끝낼 수 있는 방법만 갈구하고 있었을 뿐이죠.

 

 

 

 

사이코패스인 그녀지만, 그녀를 불러내기 위해 언론을 통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닉"의 [사랑한다]는 말에 살인을 저지르며 "닉"에게 돌아가는 그녀지만... 난 참 "에이미"가 안쓰러웠습니다.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부모에게 있어서 그녀는 "에이미"가 아닌, <어메이징 에이미>일 뿐입니다.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책 속의 에이미처럼 살아야했습니다. 부모님은 그녀를 "에이미" 자신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어메이징 에이미>로서의 "에이미"를 기대합니다. 그녀는 평생을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없이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와중에 <어메이징 에이미>가 아닌, 그냥 "에이미"인 자신을 사랑하는 "닉"을 만났지만, 그의 사랑도 결국엔 변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부모에게는 <어메이징 에이미>처럼 대단한 딸로서, 사랑하는 남편에게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정상적인 여자로서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가며 평생을 억눌린 삶을 산 "에이미"는, 결국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노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졌으니까요.

 

한 마디로 "닉"은 사이코패스에게 당한 "피해자"이지만, 한 편으로는 그녀를 다시 미치게 만든 "가해자"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두가 <사회적 소시오패스>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나쁜 전 남자친구에게 납치된 "에이미"가 숯한 성고문을 당하다가 어쩔 수 없이 전 남친을 죽이고 사랑하는 남편의 품으로 환향하는 이야기]로 극적인 마무리를 짓습니다. 언론은 "에이미"에게 주목했고, 한 때는 용의자였던 남편 "닉"은 상처받은 아내를 보살피는 희생적인 남편이 되어 버렸죠.

 

언론은 계속적으로 두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사실은 어떤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관심 없지요. 대중은 그것을 바라보며 희노애락을 즐깁니다. 언론과 대중에 장단에 맞춰 경찰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사람이 죽었음에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다가는 도태될 것임을 알기에 묵과하기를 택하게 되지요.

 

"에이미"는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자신의 옆에 묶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살인자이자, 무서운 사이코패스임을 알면서도 결국 "닉"은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관심과, 그 관심을 따라오는 부를 받으며 살기로 결정합니다.

 

 

 

진실은 어둠 너머에 숨어버렸으나 아무도 그 진실엔 관심이 없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도 알려하지 않는 요즘 사회 모습.

 

사실 해외영화들은 번역할 때 제목이 영 아니올시다 한 것들이 참 많은데, 이 영화는 제목을 참 잘 맞게 지은 것 같습니다. 정말 찾아야 할 것들은 결국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것들뿐이니까요.

 

사이코패스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이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사는 <사회적 소시오패스>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세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게 고찰해 본 영화였습니다.

 

대체...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ㅠㅠ 만나면 어떡해?ㅠㅠㅠ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