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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기생수 파트1 - 악마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인간인 것 같아

기생수 파트1 : 악마는 인간이 더 가까운 것 같아

 

 

 

오늘 포스팅 할 영화는 이번 주 개봉한 <기생수 파트1> 입니다. 처음 <기생수>가 개봉한다고 들었을 때, "이게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네!" 싶었더랬죠. <기생수>는,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명작으로 꼽을 만한 그런 만화잖아요.

 

하지만 요즘 분들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기생수>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그거 징그러운 영화 아니냐"고 하기에, "징그럽지만 명작이다. 만화의 절반만이라도 그 내용을 담는다면 성공한 거다"라고 말해주었죠.ㅎㅎ 그리고 관람 후에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꽤나 성공했다."라는 것입니다. 내용은 조금 달라졌고, 후반부에는 조금 사그라지긴 했으나 <기생수>가 가지고 있는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이 초반부에는 잘 녹아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90년대 중후반(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쯤에 출판되어 뛰어난 상상력과 철학적인 고찰과 풍자에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바로 <기생수>입니다. 때문에 헐리웃에서 영화화하기 위해 제작진행 되었으나 무산되었고, 우리나라와 공동제작으로도 기획하고 있었으나 역시 무산된 <기생수>가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영화화가 된 것입니다. 원작에서의 기생생물의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이제야 온 것처럼 말이지요.

 

 

 

 

기생생물 "오른쪽이(미기)"와 "신이치"의 공생이 시작된 것은 어느 날 밤의 일입니다. 인간의 귀나 코를 통해 들어가 뇌를 점령해야 하는 기생생물인 "오른쪽이"는 잠에서 깬 "신이치"에 의해 실패하고, 죽기살기로 파고들어간 쪽이 바로 "신이치"의 오른손이었던 것이죠. 인간을 숙주로 삼아 뇌에 기생해 머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으며, 숙주가 된 것과 같은 종(인간)을 잡아먹는 것이 이들의 본성이지만, "오른쪽이"는 어쩌다보니 "신이치"의 오른쪽에 자리잡는 바람에 인간을 잡아먹을 필요없이,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신이치"의 혈액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내 최초의 기억은 네 뇌를 차지하는 것에 실패해서 슬프다는 감정이야] 인간의 뇌를 차지하고 생명체로서의 활동이 시작되기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는 그들. 오른손의 생물체가 되기 전의 기억이 전혀 없는 "오른쪽이" 역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지구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상당한 지적호기심을 갖고 있는 생물체였던 것입니다. 또한 "오른쪽이"는 어리버리하고 태평한, 겁이 많은 신이치와 매우 잘 어울리게도, 순수하기 짝이 없지요.

 

여기에서 생각한 것이, 기생생물의 최초 성향은 숙주인 인간으로부터 영향받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이 기생생물은 최초로 점령한 인간으로부터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합니다. 그들의 생활을 뇌를 통해 둘러보고, 그들의 습성을 따라하며 그들처럼 살고자하죠.(물론 그들은 인간과 영유하며 살고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은 식량일 뿐이니까요.) 숙주의 몸에서 영향을 받고, 숙주의 뇌로부터 무생물에서 생물이 되어가는 그들이기에, 최초 습득한 기억이 바로 본인의 성향이 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신이치"의 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교사 "타미야 료코"는 과학 혹은 수학교사인데, 그녀의 몸에 기생한 기생생물은 그에 맞게 인간에 대해서도 늘 실험하고 연구하고 싶어합니다. 지적호기심이 높은 생물로서, 가장 최적의 장소를 찾은 셈이죠. 또한 "타미야"는 여성으로서의 호기심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임신과 모성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죠.

 

"시마다"는 "신이치"와 같은 또래의 학생으로서, 상당히 순종적인 편입니다. 시킨대로 잘해요.

 

"A"는 경찰관이지만(혹은 경찰관이라서) 상당히 경계심이 강하고, 성격 역시 강합니다. 그들은 독립적인 개체이고 공생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에 스스로가 선택하고 행동하긴 하지만, 뇌 속 무의식에 잠겨 있는, 경찰관으로서 무언가를 지키고자하는 의무감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신이치"를 경계하는 것은 기생생물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는 "신이치"가 "동족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그들이 착하거나, 우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최초 숙주인 인간이 갖고 있던 성격이나 성향에서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인간은 식량입니다. 때문에 인간을 먹기 위해 죽이죠. 인간을 먹는 것에 죄의식이 없고, 공생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먹다남은 찌꺼기가 길에 널려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모릅니다. 세상은 끔찍한 살인마가 돌아다닌다며 떠들썩하고 "신이치"는 "인간을 죽이는 잔인한 괴물"이라고 말하지만, "오른쪽이"는 "단지 식량을 먹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났을 땐 자신을, 동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죽이구요.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을 먹는 일이란, 인간이 돼지고기, 소고기를 먹는 것과 같은 일일 뿐. 시신을 길에 버려두는 것은, 인간이 먹다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일일 뿐. 또한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났을 때 자신을, 동족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존재를 제거할 뿐입니다. 인간이 민가로 내려 온 멧돼지를 사살하는 것처럼요.

 

인간은 고등동물로서 서열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식육과 동물사육, 사살 등의 목적을 늘 정당화시키고는 합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가졌으며, 더 뛰어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에겐 인간이 자신들보다 못한 하등동물이고, 본인들이 고등생물인 것이죠.

 

결국 그들의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감은, 다른 많은 짐승들의 공포감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치" 역시 "오른쪽이"의 협박에 "오른쪽이"가 깜짝 놀랄 만큼 공포에 질렸으니까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 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순수하며 기본적인 공포일 텐데, 인간은 간혹 인간 외에 다른 생물의 공포는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 목적이 없는 폭력과 살인을 난무하는 것도 오로지 인간 뿐이니까요.

 

공생을 몰랐던(이제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오른쪽이"의 냉정한 모습에 "악마!"라고 외친 "신이치"의 말. 그것에 지적호기심을 느껴 인터넷 검색을 밤새했던 "오른쪽이"가 내린 결론.

 

[악마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인 것 같아.]

"오른쪽이"가 보았을 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이 훨씬 더 악마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만화책으로만 봤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어제부터 다시 만화를 보기 시작했는데요.

영화에서는 제외되었으나, 만화에서는 초반에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앞으로 나오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흐름상 안 나올 것 같...)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놀이터 모래밭에 아기고양이의 몸을 묻어서 얼굴만 내 놓은 채, 울고 있는 아기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며 놀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을 만류하는 "신이치(여기서는 "오른쪽이"를 믿고 조금은 강해지게 된)"의 모습에는 약자가 되어 벌벌 떨게 되지요.

 

짐승은 도덕적이지 않습니다. 본능 밖에 없죠. 인간이 고등동물로서 자신들을 동물과 다르다 칭하는 것이 바로 그런 점들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 등의 목적이 없이 본능적인 즐거움때문에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악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이제 막 파트1을 시작한 <기생수>입니다.

 

포스팅에서는 인간의 나쁜 본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래도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기생생물끼리의 변화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구요. (보다 더 자세한 건....이것보다 더 어떻게 자세하게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_-... 어쨌든 파트2가 나올 때 다시 이야기 할게요.

 

8권 분량을 짧게 담아내느라 조금 달라진 내용들도 있으나, 지루한 걸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빠른 속도로 전달하면서도 <기생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틀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 같아서 저는 꽤 만족하며 본 영화였습니다.

 

파트2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2년 이상은 못 기다린다!!!..라고 해봐야 나오면 보겠지..ㅠㅠ)

 

 

 

그리고 기생생물 주제에 얜 왜케 귀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