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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채피 - 인간의 가치

 

 

 

 

채피 - 인간의 가치

 

 

최근 개봉한 영화 <채피>를 보았습니다.

 

채피를 찍은 감독은 <디스트릭트9>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저 역시 디스트릭트9으로 이 감독을 주목하게 되었지요.), <엘리시움>에 맷데이먼이 출연하면서 한층 더 주목받게 된 감독 "닐 블롬캠프"입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비현실적인 SF장르에, 현실적인 사회적 문제점을 녹여내는 감독인데요. 그런 "닐 블롬캠프"의 또 다른 SF영화 <채피>는, 마음과 감성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과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영화였습니다. 역시 사회적인 문제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제 개인적인 생각은, "볼만한, 그러나 박수칠 정도는 아닌." 이랄까요. 대사는 직설적인데 영상은 두루뭉술해서, 깊이감이 별로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스트릭트9>의 깊이감을 생각한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어요.ㅠㅠ

 

 

 

 

 

 

무기개발자 "디온"이 만든 신형 인공지능 로봇 "스카우트"는 경찰로봇으로 대대적인 활약을 하고, 경찰병력으로 대거 투입됩니다. 로봇 "스카우트"들이 투입되면서 범죄가 급격히 낮아지고, 경찰들 역시 위험한 일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이 적어지게 되어 모두의 신임을 받게 됩니다. 유일한 딱 한 사람, "디온"의 라이벌이었던 "빈센트(휴 잭맨)"만 심사가 베베 꼬인 상태입니다. "스카우트"의 대성공으로 인해 본인의 발명로봇이 무시당하고 까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디온"은,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에 인간적인 능력을 불어넣고 싶었고 마침내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을 프로그램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디온이 속한 무기회사의 사장 "미셸(시고니 위버)"은 스카우트의 대성공에 만족하고, 무기로 쓰일 로봇에게 감정이 있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테스트까지도 거절해버립니다.

 

범죄를 막기 위해 로봇을 개발한 "디온", 자신의 욕심 때문에 결국 범죄를 저지릅니다. 회사에서 폐기하기로 결정했던 "스카우트 22"를 훔치게 되는데요.

 

 

 

 

 

 

하지만 "스카우트 22"를 빼돌리던 중에 "디온"은 "닌자", "욜란디",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세 범죄자에게 납치당합니다. 마약을 운반하다 벼랑끝에 몰린 그들이 수월하게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개발자인 "디온"을 납치하게 된 건데요. 대장격인 "닌자"가 빼돌린 로봇의 몸체를 보고 움직이도록 만들 것을 강요합니다. 범죄에 이용하기 위함인데요.

 

"디온"은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건질 목적, 그리고 자신의 연구욕망에 못 이겨 "스카우트 22"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연결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 때문에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나약하기만한 로봇. 감정이 있기에 두려움도, 즐거움도, 기쁨도 모두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대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로봇.

 

가장 적대시하던 경찰로봇 "스카우트"가 아이처럼 벌벌 떨고 있는 모습에 모성애를 느낀 여성 범죄자인 "욜란디"는 "채피"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한없이 나약하고 순수한,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무슨 말이든 온전히 믿고 신뢰해주는 존재, "채피". 때문에 범죄자이면서도 채피에게만큼은 따뜻한 그들과, 채피가 범죄에 이용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올바르게 자라게(?) 해 주려는 설계자 디온. 그들 사이에서 "채피"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포커스는, "왜 채피의 행동이 어린아이 같을까"하는 점에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배워야하는 "채피"에게 있어서 그들의 존재는 꼭 필요합니다.

따뜻하게 채피를 감싸주는 "욜란디"는 인격을 형성해주는 엄마의 역할.

세상 밖으로 채피를 데리고 나간 "닌자"는 독립심을 길러주는 아빠의 역할.

올바른 생각을 하게 만들려는 "디온"은 지식과 도덕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역할.

말투, 행동, 놀이를 알려준 "아메리카"는 사회성을 형성하는 친구의 역할.

가정이 붕괴되고, 교권과 인권이 망가지고 있는 지금 지구상의 문제점이 한 사람을 만드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콕 집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채피>에서 다뤄진 것은 [인간]이라는 주제입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죠. 다양한 종류의 폭력, 과도한 사회경쟁(또는 생존경쟁), 타인에 대한 시각적 판단, 사회적 무관심, 타인을 부수는 잔악함 등등등..... 때문에 전 "뭔 할 말이 이렇게 많아..." 싶더라구요;

 

 

어쨌든, 마무리로...

 

사실 "채피" 자체가 [의도하지 않게, 혹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 [계획없이 태어난 아이] 같은 개념입니다. 때문에 "채피"는 온전하지 않아요. 아프고, 나약하죠. "왜 날 이렇게 만들었냐!"는 "채피"의 물음에 설계자 "디온"은, "네가 이 정도로 될 줄은 몰랐어"라고 대답하고, "왜 내게 거짓말을 했냐"는 "채피"의 물음에 아빠 "닌자"는 "너와 이렇게 될 줄 몰랐어"라고 말합니다.

 

분명 알았다면 하지 않았었겠죠. 계획되었더라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것들을 제공해줄 수 있었겠지요.

 

<채피>에서는 분명히 [인간]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정신없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말하고 싶었던 것. 모두 축복받아 마땅한 [생명의 존엄성]이 아니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