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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롱이네끄적끄적

안녕들하십니까?

 

 

 

 

안녕들하십니까?

 

이 말, 요즘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의 패러디는 절대 아닙니다.

이것은 최근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던 노동자들의 직위해제, 음독자살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도 무관심한 시민과 대학생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주현우 씨의 대자보 이름입니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 씨가 쓴 대자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의 시작은 고려대 4학년 생인 주현우 씨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현우 씨의 대자보는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부모에게도 배우지 못하던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모두 배울 수 있는 것이 TV이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이 인터넷이고, 달리는 자동차나 날으는 비행기보다도 빠르게 이동되는 것이 모바일 속 세상이건만... 눈 가리고 아웅거리듯 IT 세상 속에서는 은폐를 거듭하는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알리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주현우 씨의 대자보는 현재 우리나라 시민들 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파장을 일으켰고,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 군이 이 대자보를 지지하면서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구요.

 

 

 

철도민영화 반대를 지지하는 고려대생들의 연이은 대자보 부착과 서울역나들이 행진 전

 

 

10일 주현우 씨의 철도민영화 반대 대자보가 붙게 되자, 곧이어 이를 지지하는 고려대 학우들의 대자보가 연달아 내달렸고, 14일에는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려대에 모여 <서울역나들> 행진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곧 주현우 씨의 대자보는 총알보다 무섭고 강철보다도 우직한 네티즌들에 의해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로 인해 인천대, 서강대, 상명대, 중앙대, 용인대, 성균관대, 부산대, 제주대 등 각 대학에서 이에 화답하는 응답자보가 붙기 시작했고, 15일에는 카이스트에서, 그리고 어제인 16일에서는 대학가를 벗어나 고등학교, 그리고 초등학교와 외국인까지 대자보를 붙이고 있습니다.

 

 

 

서대전여고 1학년 이민지 양이 쓴 대자보

 

 

 

초등학생 정재현 군이 써 SNS에 게재한 대자보

 

 

 

고려대 외국인 유학생이 쓴 대자보

 "한국에 온 모든 외국인들은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생각한다","그러나 많은 한국인 친구들은 자신의 '진정한' 의견을 표출하기를 두려워 한다", "이것이 무엇인가.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부의 탄압과 스스로를 옥죄는 억압, 자기 자신을 검열하는 이 현상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은 경쟁과 성공, 안정성을 추구하도록 배웠다", "항상 최고가 되려고 발버둥치고 삼성에서 일하려고 하며 최대한 많은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대로 '미래지향적'이고 '행복'하려 한다", "그러나 다수가 이 모든 것을 성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오직 소수만이 할 수 있다", "직위해제된 코레일 직원과 강정마을 주민에 기울여진 관심은 곧 사라질 것", "우리는 모두 커피숍과 연예인 루머, 편중된 언론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등 낯선이의 시선으로 한국인들도 늘 고민으로 여기는 많은 문화와 정치를 꼬집고 있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그러나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는가?"라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임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 기사 중 발췌)

 

 

 

인천작전여고 3학년 화장실에 붙은 대자보

 

 

 

고려대 대자보 옆에 엄마를 대표하는 82학번 졸업자의 답글

 

 

 

이번 대자보의 시작점이 된 고려대 측에서는 주현우 씨의 대자보를 민주화운동 사료로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모든 대자보를 다 보존할 수는 없지만, 주현우 씨의 대자보를 시작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만큼 주현우 씨의 대자보는 원본 그대로 고려대 박물관에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그에 더불어 2010년 자진 퇴학을 하며 사회에 대한 통념을 적어 남겼던 김예슬 씨의 대자보도 보존하고 싶었으나 원본을 구할 수 없어 보존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현우 씨의 대자보 역시 원본 그대로 보존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철도민주화 반대를 반대하는 <일간베스트>회원이 이 대자보를 훼손한 관계로 고려대 측은 원본의 보존이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고려대 주현우 씨의 대자보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대학교 외 여러 곳에 붙은 대자보 역시도 민영화 반대를 저지하는 일베 회원들이 훼손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사진을 올리고 있어서 국민들끼리의 정치적 양극화 역시도 상당해졌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습니다.

 

 

 

2010년 고려대를 자퇴하면서 쓴 김예슬 씨의 대자보 중 일부

 

 

 

지금 이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는 상당히 용감한 행동으로 보일 것이고, 누군가의 눈에는 상당히 멍청한 행동으로 보일 겁니다.

이번 일은 마치 70년, 80년 대의 어느 날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청춘들의 모습과 말입니다.

 

아픈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인지, 아직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해서 그런 것인지, 위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라 말하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의 생각을 발언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인을 위한 희생보다는 개인을 위한 침묵이 더욱 중요해져 버린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런 일을 행했다는 것은 상당히 두려울 것이고, 불안하기도 할 테지요.

 

그동안 저 역시도 알면서도 모른 척, 들으면서도 안 들리는 척 해왔던 것 같습니다.

전 여전히 겁쟁이라 소리내어 외칠 용기는 없습니다만,

단 한 가지, "안녕하십니까?"라는 그들의 물음에 조심히 답해주고 싶습니다.

 

아니요. 아쉽게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